원래 나의 본 직업은 브리더. 전문 견사를 가족사업으로 운영 중이었다.
훈련사, 핸들러, 미용사, 동물매개심리상담사까지 전공으로 동물보호계열을 나왔기에 더더욱 내 직업이 평생 브리더일 줄 알았다.
그런데 인생 길게 봐야 되는 거 아닌가? 사람보다 개에 대해서 뭐 유명한 강형욱이나 이런 분들보단 당연히 아니지만
그냥 집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분들보단 조금 더 많은 걸 알고 있는 건 사실.
서론이 길었고 견사를 운영하는 품종은 실외견이기 때문에 마당에서 키우고, 집 안에서 키우던 반려견 두 마리가 있었다.
나 감자, 나 달래. 감자는 달래의 엄마였고 감자는 작년 3월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나는 더 늦기 전에 분가해서 다른 직업을 선택한 상태였고 혼자 남겨진 달래를 부모님께만 맡겨 둘 수 없어 그렇게 22년 3월부터 달래와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제일 많은 글을 쓰게 되는 부분은 당연히 달래 이야기가 될 거 같았다.
그런데도 이 페이지를 쓰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 건 반려견을 보내보신 분들이라면 느낄 팻로스 증후군.
아직까지 감자가 많이 남아있다. 아니 평생 간직하고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달래랑 같이 살고 있으면서도 그 그리움은 문득 예고 없이 찾아온다.
예를 들면 가장 최근 크리스마스날 태어난 감자. 감자 보낸 첫 해 작년 크리스마스날 잘 놀고 들어가는 나의 눈물버튼을 건드려버렸다.
지금 이 시간들이 미안함, 슬픔에서 그리움으로, 행복했던 소중한 시간으로 잘 남길 바란다. 그러면서도 너무 무서운 달래 보내기.
감자한테 못해줬던 만큼 더 잘해주고 싶고 더 많은 것들을 남기고 싶다. 그래서 내 블로그 가장 첫 번째 메뉴가 '달래집사님'이다.
달래는 감자의 두 번째 아가들 중 한마리였다.
감자가 두번째 출산을 마지막으로 중성화를 결정했고 본가를 하나둘씩 떠나는 언니들 없이 외로울까 봐 그중 한 마리를 남겨서 키우게 된 것.
집에서 키우는 반려견이 출산 예정에 있다면 정말 준비할게 많다.
나야 직업 자체가 브리더였기 때문에 일도 아니었고 감자가 건강하고 너무 잘 키워서 딱히 손 갈 게 없기도 했었다.
반려견 중성화에 대해 아직까지도 논쟁이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결국 선택은 키우는 견주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과 사는 것이 아닌 나와한 생명이 평생을 살 때까지 책임을 지고 가야 하는 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나와 함께 살고 살아갈 사람들과의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감자 달래 장발장 시절. 역시 요키는 장발이 답인가.. 관리가 힘들기도 하고 머리 묶는걸 너무 싫어해서 머리까지 밀어버렸지만
자꾸 옛날 사진을 보면 우리 달래 다시 털을 길러주고 싶은 욕구가 마구마구... 우리 달래는 일주일에 한 번씩 샵에 다니시는 견 님이시다.
집에서 목욕을 시켰었는데 본가 있을 땐 드라이룸도 있었고 너무 좋은 원장선생님이 2주에 한번 출장 와서 목욕 미용도 해줬었는데
내가 씻기고 하니까 서로 너무 스트레스. 집에 미니 드라이룸을 놓을까도 했지만 그러기엔 무리인 거 같고
요크셔테리어 특성상 기름기가 많이 낀다. 정말 잘 관리해 주시는 분들은 안 그렇겠지만 본가에서 지내는 동안은 거의 엄마가 케어했다고 봐도 무관하니 달래는 피부기가 늘 있는 상태. 그래서 출장 오시던 선생님네 샵으로 이제는 일주일에 한 번씩 약욕샴푸를 하러 다니신다.
다음 포스팅엔 샵도 추천해야겠다. 글 쓸 거 너무 많은데 시간은 왜 이렇게 있었는데 없었습니다인 거죠?
이제 이렇게 다정한 투샷은 못 보겠지만 감자한테 못해줬던 것들 우리 달래한테 더 많이 해줘야겠다 또 다짐해 본다. 달래 편을 쓰면서 감자 이야기가 더 많았던 것 같은데 첫 페이지라 그런지 11일부터 쓰기 시작해서 오늘에서야 마무리가 됐다.
반려인들이 느끼는 소중한 순간들을 많이 담아 볼 예정이다. 우리 달래에 대해서 기록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다.